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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5-27 17:14
치료받는 정신과 환자는 위험하지 않습니다 !
 글쓴이 : 최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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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환자는 이상하고 폭력적이다?

정신 질환과 관련된 편견 중의 하나는 정신과 환자의 행동은 요즘말로 하면 "엽기적"이고 폭력적이며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정신과적 상태가 급성기에 도달했을 때 환자의 행동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모든 환자에서 과연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같이 그렇게 이상한 행동이 나타나는가 하는 점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란 그냥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어떤 원인이건 심적인 고통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어떤 원인이건 심적인 고통을 갖고 있는 사람의 경우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쉽게 예를 들자면, 내가 오늘 배탈이 나서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틈만 나면 어디로 가는 것을 처음 만나는 사람이 보면서 왜 저렇게 안절부절못하나 하고 오해를 하는 그런 경우일 수도 있고, 당신이 외국에 도착하는 날 오른팔이 삐어서 왼손을 어색하게 사용하였는데 처음 만난 외국인으로부터 한국 사람은 이상한 왼손잡이란 오해를 사게 되는 그런 경우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하여 이 같은 오해를 교정할 기회를 갖지 못한 일회성 만남에서의 "바로 나 , 바로 당신"의 경우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심한 정신 질환에서 관찰되는 이상한 행동은 정상적인 대뇌기관으로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을 때 나타나는 결과로서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인과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그러한 행동을 일회성으로 관찰하는 사람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으로 각인되어 오래 기억되게 된다. "정신과 환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엽기적 행동을 보인다"는 편견은 증상이 심한 환자의 드문 경우가 일반화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폭력성에 관한 오해에 있어서 90년대 말에 발행된 미 공중보건국 보고서는 정신장애와 폭력성을 관련시키는 일반 대중의 인식이 지난 50년간 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러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증가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현대적인 조사연구가 시작된 1950년대 초반 일반 대중의 13%정도가 정신 질환과 폭력성을 연관시켰으나 1990년대 말에는 전체 표본의 31%가 정신 질환과 폭력적 행동의 관련성을 지적하였다.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 대중의 과학적 이해가 이전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폭력성과 관련된 편견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 준다. 과연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폭력적이라 할 수 있는가? 그간에 이루어진 연구 결과들은 정신 질환에 의한 폭력의 위험성은 실제 일반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으며, 정신 질환자가 일반인들보다 범죄를 유발할 가능성이 훨씬 적다는데 의견이 일치를 보고 있다. 물론, 심각한 정신 증상을 급성 적으로 나타내거나 공존하는 또 다른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일수록 폭력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그러한 경우라 하더라도 낯선 사람에 대한 폭력 수준에 기여하는 정도는 낮다 할 수 있다.

정신질환을 가진 개인으로부터의 폭력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두려움 을 느끼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그 이유로 대중매체의 영향을 지목하고 있다. 지나치게 선택적이고 선정적인 대중매체의 보도태도는 일반 대중들로 하여금 폭력이나 범죄와 정신 질환의 연관 관계를 정형화하여 생각하게 만들고,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두려워하도록 자극하였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정신질환자를 범죄의 용의자로 지목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TV에서 방송한 정신 질환에 관한 보도의 66%가 폭력에 중점을 두었다는 보고도 있다. 1998년에서 2000년까지 우리나라의 주요 일간지에 보도된 정신병에 대한 기사 분석에 따르면 69.9%가 정신병에 대하여 부정적 시각을 갖는 기사였고 이 중에 가장 많은 것이 정신병 환자는 위험하거나 난폭하며 범죄를 잘 저지른다는 것이었다. 물론 정신병 환자의 범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언론의 보도 태도가 정신 질환의 폭력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몇 해 전 설날, 전 국민이 TV를 보는 시간에 어느 정신병원에서 알코올중독자 몇 명이 집단 탈주한 것을 마치 흉악범이 탈옥을 한 것 같이 보도한 일이 있다.

이처럼 언론에서 이들을 항상 범죄, 폭력 등과 관련시키고 편중되게 부정적 양상만을 묘사한다면 이들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과 막연한 거부감이 더욱 강화될 것임은 자명하다. 또한 대중매체에서 정신 질환의 생물적, 기질적 측면을 무시한 채 심리적, 사회적 요인을 편중되게 다룬다면, 정신 질환이 인격의 부족함, 정신능력의 열등함 때문에 발생한다고 여기게 만들어 환자와 가족의 수치심은 더욱 심화될 수 있고, 사회적으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낙인이 가중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정신 질환자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존 내시'' 보다는 ''양들의 침묵''의 ''렉터''에 더 가깝다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김용식 교수의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에서 인용)